빛을 보지 않고도, 모든 것을 보게 하는 것

“저는 태양이 떠오른 것을 믿듯 기독교를 믿습니다. 그것을 보기 때
문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서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C.S. 루이스 저(著) 홍종락 역(譯) 《영광의 무게》 (홍성사, 138쪽)
C.S. 루이스에게 신앙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해석의 틀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모순적이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빛 아래에서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 사물은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빛이 스며드는 순간, 이미 있던 것들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무신론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던 시간 속에서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잔여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고통의 이유, 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위로의 순간들. 그러나 신앙은 그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세계를 읽어내는 새로운 문법과도 같다.
단테가 말했듯, 신앙은 사물을 보는 눈을 열어준다. 보이지 않던 의미가 드러나고,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연결된다. 결국 믿음이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는 빛 자체를 붙잡을 수 없지만, 그 빛으로 인해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된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